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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강대성, 나이는 불명, 하지만 우리 학교가 첫 근무지인 새내기 선생님.


재미도 없이, 그저 졸업하고 대학만 가려는 목적으로 출석하던 학교에 불현듯 나타난 그.


옅은 갈색 머리에 늘 웃고다니는 얼굴, 잊기 힘든.

왠지모르게 야하게만 보이는 입꼬리와 눈꼬리.


이상한 것은, 가끔 선생님 생각을 하면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르면 갑자기 헤헤, 하고 어설픈 웃음도 나오고,

가끔 꿈에 나와서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사라지는가 하면,

어쩔 때는 선생님과 손 잡고 놀이공원을 거니는 망측한 꿈도 꾼다.


하루에 딱 한 번 보는 수업시간, 한 동작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선생님만 보다 보니 수업이 끝나면 눈이 다 시큰시큰하다.


이런 나를 정의하자면, '나는 강대성 선생님을 좋아한다' 라는 것이 되는걸까?

이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 데 설마 모를까?

 

"야, 너 발렌타인데이날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다니?"

"너 강대성 선생님한테 초콜릿 준다며. 고백도 할 거야?"

"야! 무슨 고백이야, 내가 선생님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시간을 틈타 잠시 시큰거리는 눈을 감아서 살살 문지르고 있을 때, 근처에서 시끄러운 대화가 오갔다.

그 중 내 귀에 들어오는 건, 강대성이라는 이름과 발렌타인데이, 그리고 초콜릿, 그리고.. '좋아한다' 라는 단어.


아, 하긴.

그렇게 웃고 다니는 데 한 명 홀리지 않고서야 배기겠어.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양인지 다른 사람이 선생님한테 추근대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켠이 시큰하다.

눈도 시큰하고, 가슴도 시큰하고, 여러모로 날 시큰시큰 아프게 하는 강대성.


"근데 선생님 여자친구 있을까?"

"있겠지~ 없겠냐? 웃고 다니는 거 봐, 나같아도 넘어가."


넌 넘어가도 선생님이 거들떠도 안 볼 걸.


아, 선생님 얘기에 발끈해서 속으로 중얼중얼대는 내가 왠지모르게 싫다.


그 날 집에 돌아오면서 들린 곳은 화려하게 발렌타인데이라고 적힌 네온사인 간판이 걸린 베이커리.

과연 들어가고 나니 화려한 조명에, 화려한 포장을 덧씌운 초콜릿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혹해서 이런 걸 사는 여자애들 맘도 왠지 알 것 같은데?


남자가 이런 데 와서 고른다는 게 왠지 쪽팔려서 대충 가장 비싼걸로 골라 계산을 했다.

손에 들린 이 조그만 상자 안에 내 심장이 들은 것 마냥 두근두근, 뜨겁기까지 하다.

 


달력을 보니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구나, 거실 벽에 걸린 달력에 하트가 쳐져있다.

 

점심까지 거르고 늘 선생님이 있는 그 학교 뒷편으로 찾아갔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던 그 장소에 선생님이 나타난 건 얼마 전, 내가 있다는 것 조차 모른 채로 점심시간을 보내곤 했다.


선생님과 나만 그 잔디 위에 있을 상상을 하고 부푼 가슴을 안고 찾아가자,

왠걸, 선생님 주위엔 그 예의 여학생들이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단내가 여기까지 맡아진다고 착각할 정도로 많은 초콜릿을 품에 안고 있었다.

많이, 받은 모양이다.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도 아프다.

 

수업 종이 치자 다들 교실로 돌아갔다.

돌아가고싶지만, 내 손에 들린 이 상자가 돌아가지 말고 선생님한테 가라고 말한다.

내가 몸을 돌려 선생님에게 향하던 순간, 선생님이 말했다.

 

"저,"


하지만 다른 단어가 선생님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선생님 앞에 우뚝 서 버렸다.

이제, 무슨 말을 하지.


"..."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무서운 듯이 내 미간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말이 없다.

 

"......이거.."

 

이미 많은 초콜릿을 들고 있는 선생님에게 상자가 들린 손을 내밀었다.

다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본다.


"어, 어... 이게 뭐야?"


이 날 줄 게 초콜릿 말고 뭐가 있을까요, 강대성 선생님.

설마 내가 폭탄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죠?

 

"발렌타인데이잖아요, 선생님 드리고 싶어서."

"어, 어..... 그래, 고마워. 근데 여자애가 해 주는 날인데 승현이가 해 줘도 되는거야? 하하.."


역시, 내 마음따윈 알지도 못하는 거구나.

관심도 없겠지, 아마. 그냥, 제자일 뿐인거니까.

선생님의 손 끝이 스친 지점부터 피가 몰려와 온통 몸이 뜨겁다.

왠지 모르게 맘이 아프다. 아직 고백도 하지 않았는 데 차인 느낌이야, 왠지.


"스, 승현아 어디 아파? 감기야?"


선생님의 차가운 손이 내 이마 위로 얹혀졌다.

차가워서 기분이 좋은데, 어떡하지, 더 이상 얹지 마요.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


"승현아 집에 가는 게 좋겠다, 아파보여."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이 말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그냥 저 사람 이대로 끌고 어딘가로 가고싶은데.

왠지 모르게 짜증나는 마음에 손을 툭 쳐냈다.

 

".... 모르는 척 하는거예요? 아님 진짜 모르는 거예요?"

"어? 뭐, 뭐를?"


화난 목소리로 내뱉자 겁먹은 표정으로 다시 날 바라본다.

 

"... 이쯤 되면 내가 선생님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아야 될 거 아니예요!"

 

고백을 해 놓고 거절을 당할까 나 먼저 몸을 돌려 교실로 향했다.

귀 끝까지 새빨개져 놓고는 이제와서 쿨한척, 멋있는 척이다.

최승현, 인간 되라!

 

"... 스.. 승현아!!"


뒤돌아 얼마 가지 않아 내 이름을 부른다.

설마,내 이름을 부를 줄은 몰랐어.

고개를 돌려 선생님을 바라보자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하, 학교 끝나고 만나서 얘기하자!"

 

아, 어떡하지, 기대하게 만들지 마요. 자꾸 그러면 나 혼자 기대하게 된단 말이예요.


---------------------------------------------

네, 이번에는 큰승의 관점입니다.

아후 나 떨려 ㅇ나럼ㅇㄴ리ㅏ먼ㅇ람ㄴ이러;
아럼나ㅣㅇ럼ㄴ아ㅣ럼ㄴ아럳쟈ㅐ호ㅑ개ㅕ샫잭

쓰는 사람은 전데 왜 제가 떨리죠.
으레 극중 인물들이 느껴야 할 스릴감을 제가 맛보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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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성] 선생님과 학생

written by 싱코




"자, 숙제는 다음주까지다. 널널하지?"


출석부를 탁탁, 세로로 두드리며 말하자 야유 섞인 목소리가 교실을 메운다.
다른 선생님들보다 널널하게 풀어주는 편인데도 이렇게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다들 나를 향해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을 즘,
내 눈에 들어온 건 창가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학생 하나.

수업 참여도가 높은 학생도 아니고,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르치는 과목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최승현,
그가 날 저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 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새 학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머릿속은 최승현이란 학생 하나로 반쯤 채워진 것 같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저런 식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건 좀 무섭다.
게다가 가끔 마주치는 녀석의 눈은 무서울만큼 차갑다.
증오? 분노? 그것도 아니면 애증?
설마, 여태껏 제대로 된 대화 하나 나누어보지 못한 나에게
증오같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겠지.


하루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역시나 오늘도 날 죽일듯이 바라보는 녀석에게 말을 걸어봤다.

"....저, 승현이?"
"...네?"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날 노려보며 대답을 한다.


"..질문 있어? 왜 그렇게 선생님을 쳐다봐."
"아뇨, 없는데요. 수업중에 선생님 바라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 그건 맞긴 맞다만..
미안하다, 그냥 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학생일 뿐이었던 거구나.


그 후로
왠만하면 녀석에게 가는 이러저러한 관심들을 끊어보려고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계획 중 하나가 수업 중 녀석과 눈이 마주치면,
난 그대로 아주 상큼하게 미소 한 번 지어주고 다시 수업에 전념하면 된다는 계획이었다.

말이 상큼한 미소지, 사실 녀석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될 지를 모르겠다.

같이 무표정 한 번 지어줘?
아니야, 그것도 아니면 그냥 무시할까?

어떤 짓을 해도 녀석이 무섭다.


으헝.

교사가 되어가지고 학생한테 벌벌 떨다니.



3교시가 없는 덕에 난 늘 점심을 일찍 해치우게 된다.
그렇게 일찍 점심을 해치우고 난 후,
늘 이렇게 학교 뒷뜰로 와서 앉아있다 보면
발 끝까지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어 행복해진다.
밥도 먹어서 좀 졸리고, 어차피 여기는 사람 하나 오지 않으니 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풀밭 위로 몸을 기대고 쭉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선생님~ 강대성 선생님~~"


멀리서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단잠은 이제 깨졌구나.


"선생님!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뭘까? 하면서 내려다 본 물건은 빨간색에다
빨간색 왕리본까지 달아져 있는 작은 상자였다.


"초콜릿인데요, 오늘 발렌타인데이잖아요. 선생님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아, 고마워, 정말 고맙다."


"어, 선생님! 제것두요!!"

상자를 받아들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여학생들에게서 상자가 들이밀어진다.


"아, 고마워, 정말, 얘들아 고맙다."


갑작스런 선물공세에 정신을 못차리고 주섬주섬 상자를 내 품안에 고이 안아들었다.


"고맙다 얘들아. 난 오늘 발렌타인데이인것도 몰랐는데.."

"어어-- 선생님 여자친구 없어요? 있는 줄 알았는데?"


다들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본다.


어느 새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저히 내가 끼어들 수 없는 속도와 주제를 가지고 열심히 떠든다.

의외로 여학생들의 대화는 현실적이다.
저런 대화가 오고가다니, 그것도 결혼도 안 한 총각 선생님 앞에서 ----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쯤,
무리 중에 섞여있던 한 아이가 말을 꺼냈다.


"근데, 최승현은 왜 여기 와 있는 거야?"


가리킨 손 저편에는 나무에 기대 서 있는 최승현이 있었다.
정말, 난 쟤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쟤 정말 모르겠더라. 말 걸어보면 늘 단답에다 쟤 가끔 보면 진짜 무서워."

"가끔 쟤가 째려보잖아, 그럼 정말 발 끝에서부터 언다."


서로 한마디씩 내뱉더니 까르르르 또 웃는다.
도대체 뭐가 웃긴건지, 아까까지만해도 무섭다면서 몸서리를 치더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여학생들의 대화들.


멀리 있던 최승현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려지던 그 때 예비종이 울렸다.


"어, 야, 들어가자."

"선생님 안녕히계세요~"

"내일 뵈요~"


슬슬 들어가 봐야 하나, 몸을 일으켜 시선을 돌린 곳에 아직도 최승현이 있었다.


"...말을 해 줘야 하나, 못 들은 거 아냐?"


설마, 학교 종이 무슨 모기소리만한 것도 아니고, 그걸 못 들으면 보청기 껴야지.


"저,"


저기- 라고 말하려던 그 때 최승현이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와, 가까이 보니까 진짜 무서워.


"......이거.."


무언가 내미는 기척에 아래를 내려다 보니 조그만 상자가 최승현의 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어, 어... 이게 뭐야?"


아우!! 떨지 말자. 제발! 넌 선생이야.
근데, 혹시 폭탄이나 그런 건 아니겠지?


"발렌타인데이잖아요, 선생님 드리고 싶어서."

"어, 어..... 그래, 고마워.
근데 여자애가 해 주는 날인데 승현이가 해 줘도 되는거야? 하하.."


말 끝을 흐리며 웃긴 웃었지만 지금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걸 표정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어색할거다.


상자에 꽂혀있던 시선을 들어 최승현을 바라보자 열이 나는 지 귀끝까지 새빨개졌다.


"스, 승현아 어디 아파? 감기야?"


손을 들어 이마로 가져다 대자 역시나 이마가 뜨겁다.

"승현아 집에 가는 게 좋겠다, 아파보여."


그러자 탁- 소리가 나게 내 손을 쳐낸다.

뭐, 뭐야...?


".... 모르는 척 하는거예요? 아님 진짜 모르는 거예요?"

"어? 뭐, 뭐를?"


잠시 고개를 숙이며 짧은 한숨을 내쉰다.

왜, 뭐가 잘못된거야?


"... 이쯤 되면 내가 선생님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아야 될 거 아니예요!"


최승현이 낮은 목소리로, 거의 울먹이다시피 소리를 지르자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뭔가 차마 대답해 주기도 전에 성큼성큼,
그 긴다리로 화난 듯이 뒤돌아서서 걷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 스.. 승현아!!"


아, 뒤돌아 섰다.

뭐,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하, 학교 끝나고 만나서 얘기하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화가 풀린 건지 전혀 모를 표정으로 다시 날 보더니 귀끝까지 다시 새빨개져가지고서는 뒤돌아선다.


아, 정말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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